서울 강남 주요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 ‘수익형 빌딩 투자’의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
2021~2025년 사이 강남·서초권에서 거래된 다수의 오피스·근생 건물들이 수십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매각된 사례가 연이어 확인됐다. 고금리·임대수익 감소·개발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 사례 ① 반포동 빗썸 사옥(이니셜타워), 730억 → 708억 ‘손절 매각’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가 2021년 730억 원에 매입한 반포동 오피스빌딩을 2024년 708억 원에 매각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평당가는 3.97억 → 3.85억 원으로 하락. 당초 500억 원대의 대출을 끼고 매입한 건물로, 공시에 따르면 “이자 비용 절감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매각이 진행됐다.
결국 완공 후 불과 3년 만에 ‘마이너스 거래’가 현실화된 셈이다.
▶ 사례 ② 논현동 대로변 오피스, 480억 → 416억 ‘고점 매입 후 하락’
논현역 인근 강남대로변의 ‘우량 입지 자산’으로 평가받던 오피스 빌딩 역시 2022년 480억 원에서 2025년 416억 원으로 거래가 마무리됐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명도 과정에서 발생한 유치권 행사 및 이해관계 복잡성으로 인해 거래가 지연됐고, 그 사이 시장금리 상승이 겹치며 약 7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 사례 ③ 신사동 근생건물, 110억 → 98억 ‘20억 손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강남구 신사동 소재 지하 1층~지상 4층 근생건물은 2022년 110억 원(평당 1.86억 원)에 매입했으나, 2025년 98억 원(평당 1.66억 원)에 매각되며 약 2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3호선 압구정역 도보 5분 거리의 역세권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자 부담과 공실 리스크가 누적되며 투자자가 버티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 사례 ④ 논현동 신축현장, 공사 중단 후 100억 원 손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강남구 논현동 학동역 초역세권 부지에서는 2022년 400억 원에 매입한 후 신축 공사를 진행하던 건물이 공사 중단 상태에서 2025년 357억 원에 매각됐다. 평당 가격은 2.35억 → 2.11억 원으로 하락, 공사비·이자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총 손실액은 약 1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강남권에서도 신축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사례 ⑤ 양재동 오피스, 이자 부담에 ‘손절 매각’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서초구 양재동의 지상 8층 오피스빌딩은 2022년 95억 원에 매입했으나 2025년 85.8억 원에 매각됐다. 평당가 기준 1.16억 → 1.05억 원으로 하락했으며, 고금리 여파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매각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빌딩 투자조차 금리와 경기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공실률 상승, 자금 조달 비용 증가, 임대수익률 정체가 겹치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개념의 상업용 자산도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2021~2022년 고점기에 매입한 자산들이 2024년 이후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강남 빌딩 가격 피로감’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시장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